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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마을 12월] 청춘으로 지은 이글루, 마포구 '이글루 망원'

월간마을
 
청춘으로 지은 이글루, 마포구 이글루 망원

 

마을로청년활동가 황미나

 

이글루 망원의 입구엔 그 동안 활동했던 팸플릿들이 놓여있다. 그 중 고개를 갸웃거리며 한 번 더 바라보게 만든 문구는 『이글루 망원 여름 안내서』. 그 아랜 이렇게 적혀 있었다.

 

이 안내서는 여름 동안 여러분이 이글루를 어떻게 이용하시면 될지 안내하는 친절한 찌라시입니다

 

6명의 청년들이 머물고 있다는 이글루. 과연 이들은 도심 한 가운데 이글루를 만들어 놓고 도대체 무슨 작당모의를 하고 있는 걸까? 그 궁금증을 안내서와 함께 따라가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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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루 망원은 가치보자”, “가치놀자”, “가치하자라는 큰 카테고리 속에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었다.

 

가치보자는 의미 그대로 ‘망원영화관’이란 명칭으로 매월 2번째, 4번째 수요일 마다 함께 모여 영화를 보는 프로그램이다. 관람비는 3천원이지만 더 내도 덜 내도 좋다고 쓰여 있다.

 

가치놀자는 ‘커뮤니티 식당’과 ‘미드 올나이트’로 구성되어 있다. ‘커뮤니티 식당’은 혼자 밥 먹기 싫은 사람들과 집 밥을 챙겨먹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오픈 키친이다. 매일 메뉴가 바뀔 만큼 음식이 다양하고 이글루 안에 음식 솜씨가 뛰어난 인재가 있기에 한 번 오면 입맛을 끊기가 어렵다고 한다. ‘미드 올나이트’는 인기리 방영되고 있는 해외 드라마를 함께 모여 보고 깊은 대화까지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팝콘과 콜라는 기본이고 치킨과 오징어까지 준비되어 있다.

 

가치하자는 ‘마을담장워크숍’, ‘엄마들을 위한 오픈키친워크숍’, ‘하루만에 배우는 영상편집! 프리미어 실습. 초급, 심화 과정’이 있다. ‘마을담장쿼크숍’은 멋들어진 공간건축소의 실장님을 강사로 모시고, 설계도도 직접 그리고 공구도 다루면서 마을 담장이나 쓸모 있는 벤치를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한창 DIY(do it yourself)가 유행했다면 이젠 함께 모여 만드는 DIO(do it ourself)가 이글루 망원을 통해 발현되고 있다. 혼자 만드는 것보다 함께 모여 수다도 떨고 잘하는 사람에게 조언을 얻는다면 실력 향상 속도도 그에 비례할 것이다. ‘엄마들을 위한 오픈키친워크숍’의 광고문구는 참 솔깃하고 엄마들의 가려운 곳을 콕 집어낸다.

 

아이들 간식 만들기 힘든 엄마!

아이들 유치원, 어린이집 보내고 나면 조금은 심심한 엄마!

다른 엄마들이랑 수다떨며 간식 만들고, 맛난 음식과 한강소풍 가고 싶은 엄마들은 모여라!”

 

강사님이 멋진 아빠주부라는 것도 하나의 포인트. 7명 정도의 인원이 모여 매주 화요일 10주 동안 강의를 듣는다. ‘하루 만에 배우는 영상편집! 프리미어 실습’은 영상을 찍고 편집하는 초급반과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보는 심화반으로 운영된다. 집에 영상촬영 장비가 없어도 괜찮다. 카메라 기능이 있는 핸드폰이 있다면 참여가 가능하다. 교육이 있는 날엔 영상이 일상화 된 젊은 세대와 그들과 소통하려는 어른들 간의 배움의 장이자 소통의 장이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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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많은 프로그램으로 마을에 다가서려는 청년들. 그들이 마을에 머무는 이유와 마을이 그들을 필요로 하는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글루 망원의 신지예 대표는 청년들을 위한 마을이 필요했고, 마포구에 살고 있는 청년들이 마을 안으로 들어가면 새로운 힘을 더해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한다. 이글루 망원이 사용하는 오늘 공작소라는 커뮤니티 공간은 2014년 2월 27일에 오픈 했다. 이곳에서 워크숍이 진행되고 청년 6명이 각각 진행하는 프로그램 준비가 이루어지며 망원정 축제가 탄생한다. 하지만 그들이 마을을 위해 힘쓴 건 오늘 공작소가 생기기 훨씬 전이었다. 그들은 망원동 시장의 상권을 지키기 위해 무분별하게 대형 마트가 들어서는 걸 반대하면서 처음 뭉치게 되었다. 그때 청년들과 마을이 결합하면 새로운 에너지가 발생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 새로운 에너지를 응집시킬 방향을 찾다 시에서 지원하는 마을공동체사업을 알게 되었고, 청년들이 망원동에 뿌리를 내려 보자는 생각으로 험난하지만 찬란한 마을살이를 시작했다.

 

마포구엔 성미산마을이 있다.행정구역상에 존재하는 마을은 아니지만 1994년 ‘육아공동체’로 시작한 성미산마을은 발전을 거듭해 지금은 마을공동체들의 지향 모델이 됐다. 그 성미산마을의 공동육아에서 자란 아이들이 시간이 흘러 20대 청년이 되었다. 하지만 아이가 아닌 청년들에겐 활동할 자리가 없었고, 청년들의 보금자리를 만들겠다는 생각이 모여 청춘으로 지은 이글루가 되었다.

 

마을 사업이라는 게 시간이 있거나 돈이 있는 사람들이 다가가기가 쉬운 게 사실이에요. 생계가 어려운 사람들에겐 기회가 돌아가기 힘들죠. 망원동은 마포구에서 제일 소외된 지역이에요. 이런 환경 때문에 망원동에서 마을공동체를 꾸려나가기 힘들어요. 그런데 저희가 노력할수록 그 장벽이 낮아지고 주민들의 참여가 느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뿌듯함과 행복감이 두 배, 세 배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자신들의 활동을 꺼내놓을 때마다 신지예 대표의 표정은 활기를 띠었다. 청춘에게 뿌듯함은 곧 자신감이었다. 신지예 대표가 가진 자신감은 어떤 장벽도 뛰어넘을 수 있을 것 같아 보였다. 공간이 2층이라 찾아오기 힘들지만 관계가 쌓여가면서 계단을 올라오는 주민들의 발걸음이 늘고 있다고 한다. 그저 놀러오거나 음식을 갖다 주러 오시고 길가다 반가운 이웃처럼 인사를 해 주신다. 이 순간 마을이 아니었다면 절대 몰랐을 보람을 느낀다고. 신지예 대표는 마을사업이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게 가장 중요한 사업이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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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마을 안에서 자기 일감 만들기. 지역 안에서 살아가면서 생산과 소비가 가능하고 어느 한 곳에 종속되지 않고 망원동에 계속 머물 수 있기를 꿈꿨다. 청년들이 마을살이에 관심이 없는 건 일에 치여서 쉴 시간도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일은 다른 곳에서 하고 집은 취침만 하는 공간이 돼 버린 것이다. 이렇게 살고 싶지 않은 청년들이 모여서 일과 마을(거주공간), 내 삶을 함께 엮어나가는 방식이 그들이 만들어가는 이글루 마을이다.

 

내년도 계획은 올해 네트워크 씨앗을 뿌렸으니까 그 싹을 틔우는 거라고 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주민들을 수혜자로 만들지 않고 참여자가 아닌 기획자, 운영의 주체로 만드는 것이다. 때문에 2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운영위원회 소집하고 주민들과 함께 이글루 망원, 우리 공작소의 사업을 점검 하는 방식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사업에 있어서 경제적인 문제를 간과할 수 없는데, 공간 임대료를 위해 CMS 후원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라 했다. 정기 회원에겐 할인 등의 혜택을 적용할 예정. 공간을 작업실로 꾸며 임대 사업도 구상중이라고 한다. 취재를 마치기 전 그녀에게 마을이란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마을 사업이 아니라 삶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마을이 곧 삶이고 살아가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라 생각해요. 비단 청년들이라고 예외는 아니죠. 청년들이 사업을 하면 걱정하는 시선이 많아요. NGO나 해보신 분들에 비해 떨어지는 건 사실이지만 청년들이 패기를 갖고 할 수 있는 일들이 어마어마하다고 생각해요. 실패는 경험의 필수요소잖아요? 청년들의 경험이 그 마을을 완전한 모습을 만들어주는 하나의 씨앗이 돼요. 각자가 만든 마을의 씨앗이 민들레 홑씨처럼 퍼져서 서울에 백 개 천 개의 마을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출처: 서울시-행정 – http://gov.seoul.go.kr/archives/666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