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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마을 12월] 청년들이 머무는 호텔, 종로구 문화아카이브 봄

월간마을 

 
청년들이 머무는 호텔, 종로구 문화아카이브 봄

 

 

마을로청년활동가 안중훈

 

 

 

호텔 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호텔 봄은 즐거운 일, 슬픈 일, 더러운 일, 아이러니한 일, 웃긴 일

모두를 아름다운 일로 만듭니다.

호텔 봄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공간입니다.

 

대안문화아카이브 봄ː첫 번째 소식지 中     

 

아카이브를 규정하는 말엔 여러 가지가 있다. 기록보관소, 특정 장르에 속하는 정보를 모아 둔 정보 창고, 파일 전송을 위해 백업용, 보관용, 기타 다른 목적으로 한곳에 모아둔 일단의 파일. 그 중 ‘보임’의 줄임말인 공동체명 “봄”에 가장 어울리는 아카이브 뜻은 이게 아닐까 싶다. 파일의 일종이지만 사용 빈도가 적은 정보를 기록, 보존하기 위한 목적의 마이크로필름. 여기서 사용 빈도가 적은 정보라는 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라 소중하지만 쉽사리 얻을 수 없던, 꺼내 볼 수 없던 기록을 뜻한다. 호텔 봄은 실재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그곳엔 분명 호텔을 방문했던 여행객들의 기록이 먼지처럼 소복이 쌓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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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아카이브 봄은 마을공동체에 『종로구 네트워크 2030』이라는 이름으로 등록돼 있다. 그들은 종로 일대 거주하거나 일하는 주민들을 모아 네트워크를 구성한 뒤 그들이 하고 싶은 일을 기획하고 도와주는 일을 하고 있다. 40대도 있지만 주로 활동하는 연령층이 20대, 30대라 2030이 덧붙었다. 고정적으로 활동하는 인원은 20명~30명이고 다녀간 사람은 500명가량 된다고 한다. 이정도면 정말 호텔이라 불러도 어색함이 없다. 그렇지만 말만 들어서는 어떤 활동을 하는지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을 것이다. 호텔 봄이 세워진 계기를 들으면 밑바탕이 채워질 것이다.

호텔 봄의 지배인이자 설립자인 석대범 대표. 그가 친구 집에 셋방살이를 할 때였다. 공장에 다녔던 그는 맑스를 읽고 친구는 니체를 읽었다고 한다. 처음엔 관심도 없고 할 얘기도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서로의 관심사에 대한 흥미가 생겼고 토론을 시작했다고 한다. 토론은 논쟁을 불러오고 싸움으로 이어졌다. 그리곤 하나의 생각으로 합치되었다.

 

타인의 시선을 공유했을 때 내가 볼 수 없던 시점을 갖게 되고 내 안의 세상이 확장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생각은 점점 증식해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관점, 그들의 취미, 그들이 좋아하는 것, 그들의 시선까지 공유하고자 했다. 이 갈망은 ‘우리’라는 사람들이 모이면 분명 더 좋은 일을 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심어 주었다. 이 특수한 에너지를 바탕으로 2007년 커뮤니티가 시작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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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모여서 대화를 나누고 공부를 시작했다. 생각이 부딪치면서 철학이 생겨나고 철학이 생기자 활동하고자 하는 욕구가 차올랐다. 이에 ‘세미나’가 생겨났고 마을 주민, 청년, 청소년들이 모여 서로의 생각을 공유했다. 여기서 그쳤다면 석대범 대표의 이상과 멀어졌을 것이다. 지속가능성.그저 친한 또래끼리 어울리는 모임을 원했다면 문화예술공동체로 남아있었어도 됐을 것이다. 하지만 문화아카이브 봄이 마을공동체 속으로 들어온 건 지속가능성이라는 이상 때문이었다. 이를 잘 설명하고 있는 활동이 ‘워크샵’이다. 세미나가 생각의 공유를 목적으로 했다면 워크샵은 전문 분야의 강사를 초빙해 배우고 그 배움을 마을로 뿌리내리는데 그 목적이 있다. 마을에서 자란 생각을 품은 묘목이 시간이 흘러 마을을 떠받치는 장수목이 되기를, 그리고 그 생각을 다른 묘목들에게 전해주기를. 활동 하나하나에 그들의 철학이 녹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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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서는 아카이브라는 활동도 하고 있다. 지금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관심을 가지고 나름의 느낌과 소회를 디자인, 전시, 음악, 공연 등으로 풀어내는 작업이다. 때에 따라서는 공연을 원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엔지니어를 연결해주는 디렉팅 작업도 하고 있다.

 

봄은 사무를 보는 오피스와 누구나 들어와 함께 음식을 해 먹을 수 있는 부엌, 전시전을 하는 갤러리로 나뉘어져 있다. 특별히 미술을 하고자 마음을 먹었던 게 아니라 주변에 미술을 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자연스럽게 전시 갤러리가 꾸며졌다. 시각예술팀과 전시예술팀, 큐레이터팀이 활동하며 계절마다 전시전을 연다. 또 개인적으로 전시를 원하는 주민이 있을 경우 공간을 대관해주기도 한다. 전시 갤러리는 단어에 지레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 문화아카이브 봄은 항상 오픈 된 공간이며 찾아온 손님이 주체가 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4층이라는 공간적 제약 때문에 아직은 불특정 다수가 찾아오기는 힘든 애로사항이 있다고 한다.

 

삼청동, 정확히는 소격동의 뒷골목, 오래된 한옥에서 출발했다는 봄. 지금은 와룡동으로 거처를 옮겼지만 한옥에서 공부하고 술 마시고 밤새 세상 온갖 것들에 대해 수다를 떨던 기록은 고스란히 남아있다. 2014년 공간지원사업에 선정돼 시의 지원을 받았지만 그들은 그 전부터 이미 마을에 청춘을 흠뻑 적시고 있었다. 석대범 대표는 처음 공간지원에 선정 됐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믿기지 않았다고 한다. 자신들의 활동이 마을활동이라는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선정 된 뒤 자신들도 마을의 한 형태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어 마음 벅찼다는 그들. 그러나 그들의 활동, 그들의 사고가 곧 마을이었다. 문화아카이브 봄이 생각하는 마을이란 어떤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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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 마을 공동체란, 정말 이루고 싶은 것이에요. 지금 하고 있지만 다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요즘에 공동체란 말이 사람들에게 불편하게 다가가는 것 같아요. 하지만 뉘앙스의 차이일 뿐이지 모두가 마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누군가 힘들 때페이스북의 좋아요 개수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좀 더 밀접하게 다가가 응원해주는 것이 필요해요. 사람과 사람간의 손길보다 더 따뜻한 건 없잖아요. 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하는 이유도 쉴 공간이 없기 때문에 가상공간으로 들어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공동체의 따뜻함, 자신의 소속감을 지탱해 주는 공간이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다면 가상공간에서 나올 거라 생각해요. 이게 제가 생각하는 마을 공동체가 유지되어야 하는 이유이자 하고 있지만 하고 싶은 이유입니다.”

 

마을을 배우기 위해 독일과 네덜란드의 마을공동체를 찾아가 봤다는 석대범 대표. 역사가 오랜 유럽과 직접적인 비교는 힘들겠지만 그들의 지역적 특성이 부러웠다고 한다. 하지만 지역성, 마을성을 위해 주민들과 유착할 필요가 있지만 그걸 너무 강조하다보면 폐쇄적인 문제가 발생한다고 통찰했다. 그들과 새로운 걸 만들고 함께 활동하는 것이 마을성을 만들어가는, 느리지만 가장 정직한 길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들의 내년도 계획이 비즈니스로 올린 수익을 주민들과 운동회, 야유회를 하며 교류를 쌓기 위해 사용하는 거라니, 결코 길을 잘못 들것 같지 않았다.

 

그들은 청년이었지만 그전에 마을청년이었다.마을과 마을의 경계는 있지만 마을 안에 경계는 없다고 말하는 그들. 좀 더 다가가기 위해 마을의 궂은일을 도맡아 할 테니 동네 어르신들이 많이 써먹어 주었으면 좋겠다고 넉살좋게 웃는 그들. 이사를 오고 결혼을 하고 종로구에 뿌리를 내리는 거주자를 많이 만들겠다는 꿈을 꾸는 그들. 청년들이 자그마한 꿈도 쉽사리 가질 수 없는 요즘이지만 그들은 마을과 함께 꿈을 키워가고 있었다. 마을이 그들의 꿈을 품어주고 그들이 마을을 이끌어 나가고 지켜주길. 지속 가능하고 성장 가능한 모델이 되려한다는 아니, 이미 그렇게 나아가고 있는 문화아카이브 봄, 청년들이 머무는 호텔 에게 따뜻하고 식지 않는 박수를 보낸다.

 

 

출처: 서울시-행정 – http://gov.seoul.go.kr/archives/66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