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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마을 12월] 외롭지 않았던, 마을로 청년활동가 지난 6개월의 이야기

월간마을
 
외롭지 않았던, 마을로 청년활동가 지난 6개월의 이야기

 

마을로 청년활동가 정소민

 

안녕하세요. 마을로 청년활동가 정소민입니다.”

 

입에도 익숙하지 않아 자기소개를 할 때도 멋쩍던 ‘마을로 청년활동가’로 지낸지 어느덧 6개월이 지났네요. 저는 금천구에서 즐겁게 마을생활을 하고 있는 마을로 청년활동가 정소민입니다. 이번 달 ‘이달의 마을’ 주제를 보고서는 즐거웠던 지난 6개월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참 외로운 표범 같은 (하하) 아이였는데 마을에선 외롭지 않았거든요. 너무나 많은 소중한 시간들, 사람들을 선물 받고 제가 가진 작은 능력들을 아낌없이 펼쳐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었던 저의 마을살이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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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간단하게 저의 이야기를 드릴게요. 저는 이십대 후반이구요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해서 혼자 자취를 하고 있습니다. 마을청년으로 활동하기 전에는 대학원에서 주민들과 함께 문화로 동네를 가꾸어나가는 일에 관해서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매일 책상 앞에만 앉아있다 보니 내가 하는 공부가 정말 주민이랑 관련된 공부가 맞는지 아닌지도 모르겠고, 계속 글자들 속에 파묻힌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직접 사람들을 만나고 또 문화를 통해 즐거운 마을을 만들어보자! 라는 생각으로 이렇게 마을살이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금천구에서 태어나지도 않았고, 자라지도 않았어요. 그나마 외갓집이 금천구라 일 년에 2번은 꼭 오는 곳이긴 했지만, 외갓집 말고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죠. 이런 내가 금천구에서 마을활동을 시작해도 될까? 처음엔 얼마나 걱정이 많았는지 자기소개를 할 때에도 우물쭈물 엄청 긴장이 되더라구요. 처음 마을지원센터에서 근무를 시작하고서 주변의 다양한 공동체를 직접 방문하고 마을분들을 만나는데 혹시나 금천구에서 태어나고 자라지 않았다고 안 좋게 보시는 분들이 있을까봐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금천구가 외가에요!’를 이름보다 더 크게 얘기했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참 별 걱정을 다 했네요. 그런 것과 상관없이 젊은 피의 생기 넘치는 인사 자체를 반가워해주셨고 좋아해주셨어요. 따뜻한 환대로 마을 활동의 첫발을 내딛게 되었습니다.

 

마을에서의 즐거운 시간

 

마을공동체. 제가 책상머리에서 공부는 많이 했어도 직접 마을에서 살아본 적은 없어서 설렘만큼이나 정말 혼란스러웠던 시기였어요. 여기서 내가 무얼 할 수 있을까? 마을 청년의 역할은 뭘까? 한동안은 꿔다놓은 보리자루처럼 의자에 열심히 앉아있었답니다. 제가 처음에 한 일은 앉아있기와 먹기였어요. 저의 마을살이는 ‘먹기’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동네에 작은 텃밭, 옥상 텃밭들이 정말 많잖아요. 5월은 한창 토마토와 쌈채소가 올라오던 시기였구요. 혼자 사는 가난한 마을 청년은 평소에 야채와 과일을 먹지 못하는데 이런 저를 불쌍히 여기신 마을 분들께서 다양한 수확물들을 나누어주셨답니다. 고추, 상추, 깻잎, 씀바귀, 토마토는 원 없이 먹었어요. 최대한 감사함을 표현하고 최대한 잘 먹기에 책임감을 가졌고, 음식을 나누어 먹으면서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되고 또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관계가 형성되어갔습니다.

 

그래도 제가 먹기만 할 순 없잖아요. 뭔가 보답을 드리고 싶었는데, 제가 가진 작은 능력들로 도움을 다시 돌려드릴 수 있더라구요. 저는 포토샵을 간단히 다룰 줄 아는데, 그 간단한 작업을 못해서 마을의 다양한 프로그램이나 행사에 차질이 생기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 그런 일들을 조금씩 도와드리기 시작했답니다. 포스터나 현수막을 하나 둘 씩 만들고, 제가 만든 현수막들이 동네방네에 걸려있는걸 보니까 마음이 뿌듯하더라구요. 쏠쏠하게 용돈벌이도 하고, 칭찬도 받는 나날이었죠. 조금씩 아는 분들도 늘어났고 그럴수록 자신감도 생겨서, 이번엔 내가 잘 하는 걸로 사람들을 모으고 즐겁게 놀아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제가 시작 했던게 바로 옥상영화제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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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에서 스크린 걸고 영화보는 거 너무 해보고 싶었거든요. 달도 둥실 뜬 밤에, 선선한 공기 맞으면서 영화를 본다니 생각만 해도 낭만적이잖아요. 포스터를 만들고 인터넷으로 홍보도 하고 동네에도 홍보를 해서, 첫 영화제에 20명이 넘는 분들이 찾아주셨답니다. 반응도 좋았고 즐거운 시간이었는데 가장 큰 수확은, 역시 ‘동료’를 만났다는거에요.

 

제가 앞서 외로운 표범이라고 소개했었잖아요. 친구들 다 취업전선에 매달려서 고군분투할 때 저는 슬쩍 뒤로 빠져있었거든요. 물론 아직 학생이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과연 이게 최선일까? 이게 내가 살아가는 유일한 방법일까? 라는 물음에 스스로 대답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만한 동기부여가 되지 않더라구요. 그러면서 ‘함께 살기’, ‘낭만’, ‘문화와 예술을 향유하는 삶’ 같은 말을 나불대고 있었어요. 그런데 저한테 같이 낭만을 이야기하던 친구들이 어느 순간 ‘현실을 보라’며 조언하기 시작하더라구요. 취업을 하고 나서는 ‘스트레스’ 아니면 ‘스트레스’ 같은 대화만을 나누게 되었고, 점점 저는 할말을 잃어갔어요. 그래서 이게 너희가 말하는 현실이니? 라는 물음이 새로 생겨났죠. 같이 고민해 줄 친구가 없다는게 진짜 외롭더라구요. 내가 공부하는 것, 내가 살고 싶은 삶, 내가 행복을 느끼는 순간들에 ‘쓸모없다’는 가치판단을 받는 것도 마음이 힘들구요.

 

그런데 옥상영화제를 시작하면서, 하나 둘씩 비슷한 고민을 하고 비슷한 꿈을 꾸는 친구들이 생겼어요. 더 넓고 높고 크고 삐까뻔쩍하고 권위적인 무언가가 아니라, 내 주변을 가득 채운 소소한 것들의 가치를 찾아내는 일에 재미를 느끼는 친구들이었죠. 하나하나에 의미가 있다는 걸 발견하면 삶 자체가 의미로 가득 차거든요. 그런 기쁨을 또 그렇기에 느끼는 외로움을 공유하는 친구들이 모이다보니 “우리 이런 기쁨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자” 라는 작당모의를 하게 됐어요. 금천구를 재발견하고, 각자의 창의력을 발휘해서 새로운 금천구를 보여주자는 주제를 정하고, 동네잡지, 생활가이드북을 만들어보자고 이야기했죠. 그리고 그 과정에서 창작활동을 하는 청년예술가들을 만나서 협업도 하구요.

 

그렇게 이 탄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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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매주 모여서 맛난것도 먹고, 골목골목을 함께 걸으며 소소한 발견을 하는 모임이에요. 새로운 식당도 찾고, 그림도 그리고 사진도 찍었죠. 낭만도 찾으면서 실용성도 갖추자는 생각으로 처음 금천구에 이사 온 청년이 가장 필요한 정보가 무엇일까에 대해 토론도 하구요. 그 과정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도 듣고, 인터넷에 올린 금천구 그림들이 입소문을 타기도 하면서 금천구에서 활동하는 또 다른 청년들과도 연결고리가 생기게 되었어요. 요샌 동네에서 워낙 청년을 찾아보기 힘들다보니 얼마나 반가웠는지 몰라요. 그렇게 동네친구도 만들구요. 각자 그린 그림, 또 찍은 사진들로 엽서를 만들고 달력도 만들어서 마을축제나 플리마켓에서 판매도 하구요. 지금은 개발자, 문화기획자, 사진작가, 편집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 등 각 분야별로 활동하는 청년이 모인 공동체가 되었답니다. 아! 젊에는 우리의 보배인 18세 청소년도 함께해요. 이 친구 그림이 수준급이라 아주 인기가 좋거든요.

 

그리고 최근엔 다양한 청년공동체가 한자리에 모여서 서로 친교를 다지는 그런 자리도 있었어요. 지역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또 자신의 신념을 가지고 각자의 분야에서 활동하는데 정작 우리끼리 서로 잘 모르고 있더라구요. 서로를 궁금해하고 친해지고 싶어하는 걸 눈치 채고 제가 총대를 메고 네온파티를 기획했죠. 그날의 분위기는 정말 흥겨웠지만, 각자의 꿈을 향한 초롱초롱한 눈동자에는 진지함이 묻어났죠. 그날 이후로 꾸준히 대화하고, 후속모임도 갖고 각자의 활동에 품앗이도 가구요. 저희 가진 게 체력밖에 없어서요. 서로 돕는 거죠. 이런 친구들이 생기니까, 아이디어 회의할 때 정말 좋은 이야기가 많이 나와요. 시너지도 생기고. 무엇보다 홀로 버틴다는 느낌은 줄어들고 함께한다는 생각이 드니까 이게 진짜 좋은 거죠. 외롭지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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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 외롭다는 이야기 정말 많이 하잖아요. 어디에서나 누구나 그런 것 같아요. 우리 마을에서 제 친구들이 뿔뿔이 흩어져있을 때 각자가 외로웠던 것처럼. 그런데 아직 발견하지 않은 것뿐이지 어디나 같은 꿈을 꾸는 친구는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리고 그런 동료를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이 마을이 아닐까 이런 생각도 들구요. 마을공동체 이야기하면서 지역보다는 ‘가치’를 공유하는 것에 관해 이야기를 많이 하잖아요. 그냥 친구도 아니고 가치를 공유하는 친구가 생기면 얼마나 끈끈하겠어요.

 

처음엔 ‘지금’에 관하여 이야기하던 친구들이 지금은 함께 ‘미래’에 관하여 이야기하고 있어요. 이런 우리의 이야기를 어떻게 확장하고 또 어떻게 지속할까. 어떤 이들이 ‘쓸모없다’고 터부시했던 것들에서 가치를 발견하고 또 ‘쓸모 있게’ 만들어가는 일은 생각보다 많이 보람차요. 그리고 저와 제 친구들을 바라보고 기특하게 생각해주시는 마을 분들의 든든한 응원이 항상 따라다녀요.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지지받는다는 건 스스로 존재감을 느끼는 데에 정말 큰 부분을 차지하잖아요. 언제나 불안하고 자신없는 청년시기에, 이렇게 정서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도 정말 행복하구요. 그러니까 혹시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지금, 외롭다면 마을에서 한번 찾아보세요. 가치관을 공유하고 미래를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 동료를요. 제가 강추, 강추할게요! ^^

 

 

출처: 서울시-행정 – http://gov.seoul.go.kr/archives/666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