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코리아

지방자치단체

[월간마을 12월] 마을에서의 시간은 무의미하지 않다, 광진구 푸른 언덕 봉사단

월간마을
 
마을에서의 시간은 무의미하지 않다, 광진구 푸른 언덕 봉사단

 

마을로청년활동가 박상아

 

 

 

“사랑은 관찰할 수 있고 강력해요. 사랑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우리가 알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에요.”

– 영화 인터스텔라 中 –

 

사랑은 가장 따뜻한, 가장 바람직한 인간관계이다. 또한 그러한 관계를 맺고 지켜가고자 하는 마음이자 마음의 움직임이다.

가슴을 가진 사람, 그리고 영성(靈性)을 갖춘 사람이 서로 유대 또는 사귐을 갖는 것이고,

그것들을 이어가고자 하는 마음이 곧 사랑이다.

한국인들이 관례적으로 ‘정을 주고 받는다’고 한 것은 이런 면에서 뜻깊은 말이다.

– ‘사랑’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서는 사랑에 대해 사람들 간의 관계를 맺고 지켜가고자 하는 마음의 움직임이라고 정의한다. 옛 조상들은 서로를 위하고 아까기 귀히 여기고 중히 여기는 것, 그리고 공경하고 섬기는 것의 바탕이 사랑이라고 일컬었다. 요즘 ‘핫’한 인터스텔라 역시 바로 그 사랑에 대한 메시지를 영화를 통해 던지고 있다. 그만큼 사랑은 보이지 않게 존재하지만 경험하고 관찰할 수 있다. 또한 구체적으로 존재하기도 한다. 우리 주위의 수많은 사례들이 그것을 입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명 현대사회에서는 전에 비해 ‘사랑’과 ‘정’이 많이 삭막해진 것은 사실이다. 각자 바쁘게 흘러가는 삶 속에서 누군가를 챙길 여유가 없어서일까?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를 뿐 더러, 엘레베이터에서 누군가를 마주치면 머쓱하기만 하다. 이렇듯 단절된 사람들 간의 소통을 다시 회복시키기 위해 서울시는 주민 스스로 정과 소통이 넘치는 마을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마을공동체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앞에서 말했던 사람들 간의 관계를 맺고 지켜가고자 하는 마음의 움직임, ‘사랑’의 수많은 사례를 지원하는 서울시의 마을공동체 사업을 통해 점차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이다. 그 중 적극적으로 발로 뛰며 아파트 단지 내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고 있는 ‘푸른언덕봉사단’을 소개하고자 한다.

 

주민들 간의 소통을 이끈 인사 한 마디

 

123

 

‘푸른 언덕 봉사단’은 광진구 아차산로에 위치한 청구아파트 주민들이 만든 아파트공동체다. 같은 아파트 간 주민들의 소통을 목표로 하고자 관리사무소 지하 빈 공간을 지원받아 작년 초에 시작하였다. 단절된 사람들 간의 소통을 회복하는 좋은 취지로 시작했던 모임이었다. 처음부터 참여율이 썩 좋지는 않았다. 이런 위기를 넘긴 것도 똘똘 뭉쳤던 사람들의 적극적인 홍보와 살가운 인사 덕분이었다. 주민들과 마주칠 때마다 ‘푸른 언덕 봉사단’모임에 대해 설명하며 친근하게 다가가 인사말을 건넸다. 직접 만든 친환경 제품들을 나눠드리기도 했다. 아파트 게시판에 ‘누구나 언제나 반깁니다’라는 문구로 붙여놓았다. 아는 사람끼리만 모여서는 안 된다는 뜻을 모아 연령차를 좁히려도 부단히 노력했다. 이렇게 ‘푸른 언덕 봉사단’은 점점 입소문을 타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30여명이 매주 모이는 탄탄한 공동체로 형성되었다.

 

“요즘은 옆집에 누가 살아도 알지 못하잖아요. 이런 활동이 없었다면 그저 집일 뿐, 공동체로 못 느꼈을 것 같아요. 층간소음, 주차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도 공동체가 적합이에요. 환경에 신경을 쓴다는 느낌도 좋고요.”-양미현,아파트주민

 

“저는 미국에서 살다가 왔거든요. 처음엔 전혀 주민들과 유대 관계가 없었죠. 인사도 안 했어요. 관리 아저씨 택배 소리에만 반응했었죠. 그러다가 이 모임 공고를 보게 되었었는데, 나이가 많아 걱정되더라구요. 근데 공고문에 있던 ‘누구나 언제나 반깁니다’를 보고 용기를 냈죠.”-정인정, 아파트주민

 

함께 활동하며 싹트는 주민들 간의 정

 

54

 

푸른 언덕 봉사단은 매주 금요일 아침 10시에 30여명이 모여 소통하는 시간을 가진다. 주요 프로그램은 친환경EM 제품을 만드는 친환경교실을 진행한다. 재생비누, 천연비누, 수세미 뜨기, 천연세제, 선스프레이, 입욕제, 향초, 립밤 등 천연EM을 이용한 만들기가 주 내용이다. 이 외에도 떡 만들기 등 주부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단지 내 아이들과 청소년들은 단지를 청소하기도 하고 푸른언덕봉사단을 홍보하는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다. 8회에 걸쳐 선생님을 초빙하여 아이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고 창의북아트도 하며 단지 내 주민들은 서로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파트 생활은 처음인데, 인복이 있는 것 같아요. 인사와 안부를 전할 수 있어서 정말 좋고 마음이 평안해지는 것 같아요(웃음).” -이연미, 아파트주민

 

6 78 9

 

푸른언덕봉사단의 홍보를 톡톡히 한 일등공신은 바로 단지 내에 여는 ‘아나바다’장터였다. 1년에 2번 봄, 가을에 개최하는 장터에서 모임마다 만들었던 친환경제품들을 내놓고, 주민들 간 안 쓰는 물품들을 나눠가졌다. 제품을 ‘내놓는다’라는 표현을 쓴 것은 나눠주는 의미로 아주 저렴하게 팔기 때문. 장소는 아파트 유휴공간인 주차장을 활용했다. 몇 명만 받을 수 있는 행운권이 아닌 모두가 소소하더라도 받을 수 있는 행운권 추첨 또한 진행하여 주민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직접 자신들의 물건을 가져와서 팔고 사는 경험을 하며 즐거워하고, 주민들은 서로 나눠가지고 바꿔가며 단지 내 정을 돈독히 쌓았다.

 

함께 활동하며 싹트는 주민들 간의 정

 

“서로 지나치고 다녔는데 이웃을 많이 알게 되었어요. 가족들에게도 좋은 것도 줄 수 있어서 참 좋아요.”-이용, 광장동 바르게살기 위원

 

“아파트 문화는 이웃 간의 소통이 없어요. 그동안의 시간은 의미 없이 썼다고 한다면, 이 모임을 시작하면서 전환되었죠(웃음).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한 두 번 만나다보니까 정도 들고. 안나오면 이젠 궁금하고 그래요. 많은 사람들과 안면이 트게 된 것도 참 좋고요.”-신영선, 아파트주민

더 이상 마을이 낯설지가 않다고 말하는 주민들. 마을공동체를 통해 언니, 동생이 생기고 친구를 찾고 삭막하던 아파트에 활기가 생겼다. 예전엔 무심히 지나쳤던 얼굴들을 보며 이젠 살갑게 한 마디 말을 건넬 수 있게 되었다. 나이 차 상관없이 함께 친구로 지내며 좋은 정보를 나누기도 하며 점차 마을살이에 재미를 붙이며 서로를 생각하게 되었다. 나이에 상관없이 다양한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곳, 마을이 아니면 어느 곳에서 경험할 수 있겠는가? 도시 같지 않은 시골이라며, 오기만 하면 즐겁다는 주민들. 서로 정과 사랑을 나누며 소통하고, 아이들도 그런 환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사랑을 나눌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이 곳.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지켜가는 정이 있는 마을에서의 시간은 더 이상 무의미하지 않다. 마을에서는 혼자가 아니다.

 

 

 

출처: 서울시-행정 – http://gov.seoul.go.kr/archives/664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