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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Jesus Christ Super Star)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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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간이 명확하지 않은 어두운 무대 위, 최소한의 조명만 비춰진 무대에 홀로 서 있는 유다가 보인다. 유다는 자신이 와 있는 곳이 어디인지, 심지어 언제인지 알 수 없다. 곧 예수의 마지막 7일간의 행적을 함께한 주요 인물들이 하나, 둘 무대 위를 오간다. 무대가 점점 밝아지며, 유대 사막과 예루살렘이 재현되는 듯하다. 아니, 어쩌면 그곳은 과거의 그곳이 아니라 현재의 지구 어딘가 혹은 미래의 혹성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렇듯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사막 무대 위에서 격렬한 서곡(Overture)에 맞춰 예수의 일대기가 축약된다. 유다는 지저스를 위해 스스로 이곳에 왔다고 소리친다. 유다의 시점으로 흘러가는 이 작품은 그를 관객 전면에 내세워, 그의 시선과 그의 방식으로 예수라는 ‘인물’이 예언된 ‘메시아’가 되는 과정을 단일 플롯으로 전개하지만 탄탄하고 강렬하게 보여준다.

 

1971년,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Jesus Christ Super Star)>의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Andrew Lloyd Webber)’와 작·작사가 ‘팀 라이스(Timothy Rice)’는 20대 중반의 패기 넘치는 신인이었다. 이들은 예수의 최후 7일간의 행적 및 그와 유다의 관계를, 락 음악을 바탕으로 재조명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기독교인들의 거센 반발을 받으며, 의도된 것이든 아니든 노이즈 마케팅의 효과를 톡톡히 누리기도 했다. 2015년에도 그 신선함은 유효하다. 재기발랄한 시각으로 누구나 아는 인물과 이야기를 새롭게 해석했다. ‘스승인 예수를 은전 30에 팔아버린 배신자’ 유다가 아니라 ‘예수의 각본에 충실했던 배우’로 그린다. 기독교인에게는 신앙적인 숙제를 안겨주는 한편, 비기독교인에게는 예수의 존재에 대한 긍정적인 관심을 갖게 해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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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찾는 슈퍼스타는 페노메논(phenomenon)을 일으킬 수 있는 배우여야 하는데, 그가 바로 이 사람이다” 웨버가 2012 UK 아레나 투어의 지저스를 맡은 ‘벤 포스터(Ben Foster)’를 두고 한 말이다. 웨버가 지금 대한민국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9월 13일까지 약 세 달간 이루어질 이 공연을 봤다면 어떤 말을 했을지 궁금하다. 이번 한국 라이선스 공연에서야 말로 페노메논을 일으킬 수 있는 최고의 배우들이 모이지 않을까. 마이클리, 박은태, 윤형렬, 한지상, 최재림, 김태한, 지현준, 이영미, 장은아 등의 주연에서부터 조연, 앙상블 배역까지 이 작품에 최적화된 이미지와 연기, 무용 그리고 노래 실력을 갖춘 배우들만이 모였다. 그리고 그 배우들의 힘과, 음악, 무대, 조명, 의상, 연출 등의 요소들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 최고의 공연이라고 말하고 싶다.

성황리에 막을 내린 지난 2013년 프로덕션과 비교했을 때 몇 가지 달라진 점이 보인다. 먼저 명확하고 친절해진 가사로 작품의 의도를 선명하게 전달하고 있다. 두 번째로 ‘헤롯 왕’을 남자가 아닌 여자 배우(김영주 분)가 맡아서 쇼-스타퍼(Show-stopper)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는 점이다. 보다 강화된 안무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대사가 거의 없는 성-스루(sung-through) 공연의 단점을 안무로 극복하여, 오히려 대사보다 더욱 효과적이고 단단하게 드라마와 음악의 간극을 메워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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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웨버의 <슈퍼스타(Superstar)> 싱글 앨범이 발매되고 1971년 브로드웨이 초연이 있던 당시, 보수 기독교인들을 중심으로 이 작품이 신성모독이라는 반발이 거세었다. 지금의 우리가 쉽게 생각할 수 있듯 ‘인간으로서의 예수’와 ‘희생자 유다’라는 파격적인 재해석이 문제였을까? 이것은 대담하지만 그다지 새로운 것이 아니어서 잠깐의 논란거리밖에 되지 않았다.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Jesus Christ Super Star)>에서 보여주는 예수와 유다의 충돌은 비단 이 작품에만 국한된 알레고리가 아니다. 우리 인간은 늘 다양한 표상으로 ‘운명론’과 ‘결정론’ 사이를 오고갔다. 유다는 인간의 의지력을 믿는 결정론자의 입장에서, 유대인들에게 처해진 위기를 잘 해결하고 자신이 사랑하는 예수를 살리고자하는 인물이다. 예수는 인간으로서의 번뇌와 신의아들로서의 의무감 사이에서 갈등한다. 결국 그는 모든 것은 신이 뜻하신 대로 이루어지며 그것을 막을 수 없다는 운명론자의 입장에서, 인류를 근본적으로 구원하기 위해 예언된 메시아의 역할을 수행한다. 예수의 이 같은 의지를 꺾을 수 없었던 유다는, 그가 메시아가 될 수 있도록 정해진 대로 배신자의 역할을 자처한다. 이 작품이 나오기 전부터 적지 않은 서적과 영화에서 예수와 유다의 관계를 이러한 방식으로 재조명 하거나, 예수를 인간으로서 바라보는 시도를 해왔다.

 

초연 당시에는 이 같은 해석보다도 ‘락(Rock) 과 히피 문화’가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그때는 락(Rock) 음악이 기존 문화와 가치에 대한 저항의 상징으로써 공격적이고 혁명적인 위상을 가졌기 때문이다. 히피 문화를 전면에 드러내고 예수 그리스도가 락(Rock)을 하는 이 작품은, 보수 기독교 세력으로부터 신성모독이라는 저항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2015년 전의 예수 그리스도가 당시 기존의 보수 세력에 반하는 민중의 왕으로 추대 받았던 것을 생각하면 그러한 기독교의 반발은 아이러니하다. 웨버가 이 작품을 쓰기 전에 <요셉 어메이징 테크니컬러 드림코트(Joseph and the Amazing Technicolor Dreamcoat)>를 쓴 신앙인이었다는 점을 염두 했을 때, 20대 중반 신인 작곡가의 ‘락(Rock)’이라는 장르 선택은 예수의 파격적인 개혁과 희생을 담기 위한 도전이었을지 모른다. 현재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성황리에 개막 중인 한국 라이선스 버전에서도, 이러한 작품의 핵심을 잘 구현하고 있다. 지난 2013년 프로덕션과 마찬가지로 음악에 많은 투자를 하여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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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론적인 관점에서 예수의 최후 7일을 다시 보는 이 작품은, 유다 외의 주요 인물들에게도 새로운 설득력을 부여하고 재해석 했다. 우선 ‘마리아’는 유일하게 예수의 인간적인 고뇌와 외로움을 이해해줄 수 있는 인물이다. 그를 한 명의 사람, 한 남자로 바라본다. 또한 지금까지 만났던 다른 남자들과 다르게 자신을 존중해준 그에게 존경과 사랑을 느끼며 그녀역시 그의 안식처가 되어준다. ‘헤롯’은 식민국의 왕으로 자신을 위태롭게 만들지 모르는 예수의 존재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절대 본인의 손에는 피를 묻히지 않는 영리함을 보인다. 집정관 ‘빌라도’는 1막에서 예수의 죽음과 관련된 꿈을 꾼다. 예수를 죽여야 하는 이유를 찾을 수 없던 그는, 그 꿈과 예언에서 벗어나고 자신이 믿는 바대로 양심을 지켜내고자 한다. 하지만 군중들의 선동과 집정관으로서의 ‘의무’ 때문에 결국 예수를 처형시킨다. 그 또한 유다처럼 자신은 그저 ‘예수가 메시아가 되기 위한 정해진 운명’대로 행하고 도왔을 뿐이라고 절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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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가 십자가에 못 막히기 전, 유다는 죽어서도 풀지 못한 그 의문을 마지막 넘버 ‘슈퍼 스타(Super Star)’를 통해서 관객들 앞에 던진다. 지저스는 왜 그런 희생을 했을까, 지저스의 죽음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그의 죽음은 실수일까, 철저한 계획일까. 판단은 관객 각자의 몫이다. 이 넘버의 가사처럼 예수의 탄생이 2015년 전이 아닌 지금 이루어졌다면 어땠을까. ‘앤드루 로이드 웨버(Andrew Lloyd Webber)’와 ‘팀 라이스(Timothy Rice)’ 콤비는 이 작품을 통해 예수의 탄생에 국한되지 않은 보편적 영웅의 탄생 과정을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가까운 과거 혹은 지금, 아니면 또 다른 미래에도 이 작품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Jesus Christ Super Star)>가 그리고 있는 영웅의 탄생이 이루어졌고,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루어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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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은영 <vivid@stagekey.co.kr>

사진.  이현주 <zumreed008@naver.com>

출처: 뮤지컬 소식 –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Jesus Christ Super Star) 리뷰